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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기억 공작소」예술+, 미래를 기억하다-임현락展
- 전시기간2011년 09월 23일(금) ~ 2011년 10월 16일(일)
- 관람시간10:00 ~ 19:00
- 오픈일시2011. 9. 23 (금) 18시
- 장 소4전시실
- 작 가임현락
- 장 르한국화
전시정보
2011 봉산문화회관 기획 「기억 공작소」 예술+, 미래를 기억하다展
「1초 수묵」 - 들풀 임 현 락
○ 기 간 : 2011년 9월 23일(금) ~ 10월 16일(일) 24일간(월요일 휴관)
○ 주 제 : 「기억 공작소」1초 수묵 - 들풀
○ 관람시간 : 10:00 ~ 19:00
○ 장 소 : 2층 제 4전시실
○ 작가와 만남 : 2011년 9월 23일(금) 오후 6시
○ 워 크 숍 : 2011년 10월 8일(토) 오후 2~4시
임현락의 시선(視線) ‘바람이 일다’- 나무에서 들풀로
○ 주 최 : 봉산문화회관
○ 문 의 : www.bongsanart.org 053-661-3081~2
워크숍 내용 소개
전시작가의 작업과정과 작품을 이해하는 좀더 적극적인 감상방식으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입니다.
제 목: 임현락의 시선(視線)
‘바람이 일다’- 나무에서 들풀로
일 정: 10월 8일(토) 오후 2시 ~ 4시
장 소: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대 상: 일반인 누구나
참가 예약: 9월 28일 ~ 10월 5일
참가 문의: 053-661-3517
내 용: ‘나무들 서다’연작의 공간 드로잉을 통한 설치작업으로 수묵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는, 최근 그 소재를 들풀로 옮겨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획’이 내포한 순간성에 주목하여 ‘1초’라는 시간적 개념을 행위의 조건으로 설정하고 시공간의 밀도에 집중하여, 그 긴박한 상황을 필획을 통해 최소한의 순수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1초수묵-들풀’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리는 워크숍에서는 지난 10여년간 ‘바람’이라는 비가시적 생명 요소를 매개로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나무에서 들풀로 이동하는 작가의 자연스러운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소개 기억 공작소Ⅳ『임 현 락
‘1초 수묵’-들풀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 미래를 기억하다」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고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기억만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예술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역사를 공작한다.
「들풀의 기억스펙트럼」
자연의 야성을 간직한 들풀(Wild herb, 野草)은 하늘로부터 태양과 땅으로부터 물로 성장하며, 생(生)에 관한 우주 본연의 유전자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 작가 임현락은 들풀의 생장이라는 사건의 현재 상태를 고갱이(심지) 형태의 획(劃)으로 긋고, 존재의 중심으로서 생명력을 그 획에 투영하여 삶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생산한다.
만일 우리가 이 들풀의 강인한 생명에너지를 통해 오래된 인류의 기억을 마주할 수 있다면, 아마도 거친 자연환경에서 야성을 발하는 순수 ‘본성적 인간’의 면모와 그 생의 상상일 것이다.
전시장입구를 들어서면 흰색 벽면을 배경으로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검은 점과 획들이 눈에 띈다. 그것들은 천정의 밝은 빛을 향해 콘크리트 바닥으로부터 위를 향해 뻗어있다. 본질이 아닌 것들을 태워버리고 남은 야생식물의 고갱이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3차원 공간을 바탕으로 삼아 거친 붓으로 추상적인 세로획을 그어 내린 수묵 드로잉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도시 콘크리트 바닥 블록 사이를 뚫고 싹을 틔우며 살아나는 들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기억하게도 한다. 보이는 이 전경들은 작가가 상정한 들풀의 기억스펙트럼이며, 생명에 관한 근원적인 기억을 호출하는 듯하다. 작가는 천정에서 바닥 사이를 잇는 폭 3~8㎝, 길이100~400㎝ 크기의 획을 그은 투명필름 백여 개를 설치하고 바닥에 그 획의 시작점을 일치시켜 마치 들풀이 전시장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솟아 자라나는 느낌으로 연출을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전시공간에는 좀더 작은 크기의 획을 그은 평면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이것 역시 바람에 나부끼는 들풀의 움직임과 그 찰나의 시각이미지이다.
존중받고 보호되기보다는 밟히고 찢기고 베이기를 반복하지만 여전히 들판과 야생의 주인으로 자리를 지키는 들풀의 모습은 오래된 경외감을 기억하게 한다. 이것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 시듦과 사라짐 등 생의 찰나들을 압축하여 우리 삶을 은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들풀의 기억스펙트럼은 그 성장과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의 찰나사건을 도시의 한 공간에서 더 강조된 현재로 만나고 미래의 것으로 다시 기억 되는 장치이다.
「‘1초 수묵’의 사건」
불교에서 1찰나(刹那)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치는데, 1초는 그 생멸의 찰나를 지속하는 생의 시간을 나누어 인식 가능한 최소 단위로 구분한 개념이다. 작가 임현락은 이 1초라는 시간과 생의 본질로서 호흡을 수묵의 정신과 연결시켜 생명에너지의 절박함과 긴박함을 제시한다. 동양회화의 본령은 수묵일 것이고 그 중심은 획이다. 획의 성격은 ‘일필휘지’의 순간성과 한 호흡에 관련된다. 작가는 획이 내포한 순간성에 주목하고 획과 획을 긋는 작가가 한 호흡이 되는 상태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 호흡의 상태를 ‘1초’로 임의 정의한다. 1획과 작가가 일체화되는 경험은 수묵그림에서 물리적 정신적 밀도를 집중시키는 긴장 상태일 것이다. 이 경우에 1획이 들풀의 사의를 담는다면, 작가가 1획으로 호흡하는 그 1초의 긴장 상태에 들풀은 작가와 한 몸이 되어 수묵으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작가는 ‘들풀’이라는 ‘생명의 결’과 교합이라고 설명한다.
‘숲에 눕다’, ‘겨울나무’, ‘나무들 서다’, ‘들풀’ 등 그간의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생명의 근간인 ‘나무’에 기대어 ‘자연’을 말한다. 나무의 호흡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을 그렸고, 이제 도심의 콘크리트 바닥 틈으로 자라나는 ‘들풀’의 자연에 주목한다. 들풀과 한 몸이 되어서 들풀의 야생성과 호흡을 같이하는 그 1초의 긴장은 본성에 가까운 야생의 표출이다. 겨울나무가지와 마른 들풀 속에 숨은 최소한의 긴박한 생명력이 곧 이러한 야성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1초 수묵’이라는 사건으로서 들풀의 매력과 은유를 시각화하고, 전시를 체험하는 관객의 감성에 ‘기억’을 더하여 다시 공작하는 기억 공작소이다. 전시라는 또 다른 사건에 개입하는 관람객을 위한 기억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탐구, 자유로운 상상을 통하여 작가는 인간의 본원적인 기억과 관람객의 미래기억을 융합시켜 ‘살아감’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전시기획담당 정종구
작가노트
‘들풀’
연구실 창문 밖에서 갑자기 ‘윙-’하는 신경질적인 기계음이 들린다. 나가보니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란 들풀들-그들에게는 이른바 ‘잡초들’-이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소리였다. 풀의 피내음이 주변에 진동한다. 그토록 그냥 두라고 부탁했건만... 총무과에서 보기 싫다고 정리하라고 했단다. ‘세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 어쩔 수 없지.’하다가 문득 화가 치민다. 며칠 전, 출근하면서 꺾어온 몇 개의 들풀을 보며 그나마 잠시 위안을 삼는다. ‘한동안 기다리면 어느새 또 무성해지겠지...’
그 동안 나는 ‘나무들 서다’ 연작의 설치 작업과 필획을 통한 공간 드로잉을 통해 전통회화의 평면성을 다차원 공간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다가 최근 작업의 소재를 ‘나무’에서 ‘들풀’로 옮겨 표현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늘 무심히 보아왔던 땅이 달리 보인다. 생명의 ‘결’이 느껴진다. 거기엔 늘 무성한 들풀들이 자라고 있다. 여기에 조형적 의미를 부여해서 보면, 서있는 나무의 길고 굵은 호흡의 선보다 들풀은 더 짧고 가늘다. 반면 그 생명력은 더 왕성하고 질기며, 모습은 더 다양하고 자유롭다. 시선을 낮추어 보면 더 넓은 하늘을 품고 땅에 밀착해 있다. 이것이 내가 들풀을 선택한 이유이다. 표현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視點)의 측면에서 지난 10여 년 간 내 작업의 변화의 과정을 보면, 하늘을 배경으로 한 나뭇잎의 떨림을 누워서 본 시선을 근거로 필획의 운율로 표현하다가(可行者, 可望者), 구불거리듯 직립한 우리 산야에서 자라는 나무의 선(線)을 직시하여 내 자신과 동화(同化)된 필선으로 구현하였고, 이제 그 눈길이 들풀로 내려오고 있다.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可游者, 可居者).
‘1초 수묵’
먹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바람이 ‘휙-’지나간다. 일획, 한 호흡, 찰나, 순간... 그 동안 나의 작업에 있어서 행위에 수반된 시간적 개념들이다. 나의 호흡과 신체를 통하여 화면 위에 실현되는 필획들은 느슨하게 혹은 길거나 짧게, 때론 빠르게, 어떤 경우는 완만하다가 급히 몰아친다.
단 숨, 한 호흡이라는 일획의 행위에 수반된 신체적인 시공의 개념을 초(秒) 단위의 시간으로 변환하면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1초에 100m 달리기 선수는 10m가 넘는 거리를 질주한다. 1초라는 시간이 공간으로 펼쳐진 길이다.
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을 ‘1초 수묵’으로 정하였다. 획이 내포한 찰나의 순간성에 주목하여 ‘1초’라는 시간적 개념을 행위의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동양화에서 전통적인 획이 가지고 있는 호흡에 의한 유연한 시간성에 ‘초’라는 최소 단위의 분절된 서양적 시간 개념을 개입시켜, 한정된 시공간의 밀도에 나를 몰입시키고, 스스로 집중함으로써 그 안에서 하나가 되고자 하였다. 절대절명의 무아(無我)에 근접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을 통해 나는 군더더기가 없는, 오직 획의 정수만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순수한 형태를 찾고 싶었다.
전시 공간 속에 변주(變奏)된 집약된 ‘필획’들을 통해, 나는 생명의 호흡을 심고자 한다. 거기에서 생명의 결을 느끼고, 들풀을 모티브로 한 자연의 이상세계를 꿈꾼다.
‘산수는 가히 갈 만한 곳이 있고, 가히 볼 만한 곳이 있고, 가히 노닐 만한 곳이 있고, 가히 거할 만한 곳이 있다. 단, 가히 갈 만하고 볼 만한 것은, 가히 노닐 만하고 거할 만한 것보다 못하다(山水有可行者, 有可望者, 有可游者, 有可居者... 旦可行可望, 不如可游可居之爲得.).’ -곽희(郭熙), 임천고치(林泉高致)-
노닐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지금’, 꿋꿋하게, 마치 들풀 같은...
삶의 모든 것은 ‘순간’이다.
- 2011. 9. 15. 복현골에서, 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