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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홍병우 개인展 - 빛과 그림자
- 전시기간2023년 10월 31일(화) ~ 2023년 11월 05일(일)
- 관람시간10:00~19:00 (화 14:00~19:00, 일 10:00~16:00)
- 장 소3전시실
- 장 르복합
전시정보
한지로 된 평면작업을 해변에 설치해 두었다.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투과되는 강도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을 보았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순간이다. 종이, 물, 빛, 최소한의 요소로 평면, 입체, 설치, 영상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작가노트
어떠한 색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 물성이 지닌 본연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백색의 미를 추구해 왔다. 작품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담고자 생명의 근원인 물과 빛에서 찾았으며 자연 친화적인 전통 한지를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나에게 예술이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쉼’이다. 종이와 물과 빛에서 얻어지는 순수함과 편안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물성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꾸미지 않았으며 순수 그 상태에서 작품을 마무리하였다. 그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휴식이자 행위이고 예술이다.
이러한 작품은 어릴 적 달빛에 한지를 스치고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또닥또닥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두려운 눈빛으로 엄마를 기다리며 얼룩진 기괴한 무늬를 한없이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수채화를 즐기던 나는 종이 위에 몽글몽글 맺힌 물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는 영롱함을 화폭에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 염원은 종이와 물과 빛이 만나는 순간 색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종이에 물을 흠뻑 먹여 긁기 시작했다. 종이를 긁고 덧붙이는 과정이 일련의 수행처럼 느껴졌고 그로 인해 색에 대한 욕심 또한 버리고 순수한 그 자체로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그 흐름에 온전히 나를 맡겨 나갔다.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자연은 늘 우리 앞에서 겸손하고 질서가 있다. 나의 작업 또한 어떠한 인공도 가하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자연을 닮고 싶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나를 자연에 맡겼을 때의 편안함과 여유로운 마음을 온전히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어쩌면 이러한 작업들이 나를 찾아다니는 숨바꼭질처럼 자연의 숲을 거닐 때의 ‘쉼’ 같은 것이 아닐까. 한지로 된 평면 작업을 해변에 설치해두고 새벽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투과되는 강도에 의해 그림의 음영이 달라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을 보았다. 프레임 속의 형상은 빛에 의해 그 모습이 각기 다르게 나타났으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로지 순수한 물과 한지의 고유한 특성을 이용하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다시 이 작품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았을 때 빛에 의해 완성되는 과정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본질이다.
요즘같이 기후 변화로 힘든 이 시기에 나의 작품이 하나의 ‘쉼’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무형의 바람처럼 아무런 색이 없는 백색의 순수함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종이의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휴식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