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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포스터
  • 전시명유리상자-아트스타 2018 Ver.4 이미주展
  • 전시기간2018년 09월 07일(금) ~ 2018년 10월 28일(일)
  • 관람시간09:00~22:00
  • 오픈일시2018년 9월 13일(목) 오후6시
  • 장 소아트스페이스
  • 장 르설치

전시정보

 

봉산문화회관기획 | 전시공모 선정작가展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 Ver.4
「이미주 - 비밀의 화원」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유리상자-아트스타2018 Ver.4「이미주 - 비밀의 화원」展
  ■ 관람일정 : 2018. 9. 7(금) ~ 10. 28(일), 52일간
  ■ 작가만남 : 2018. 9. 13(금) 오후 6시
  ■ 워 크 숍 : 2018. 10. 13(토) 오후 3시

  ■ 관람시간 : 09:00 ~ 22:00, 언제든지 관람 가능
  ■ 장  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 코디네이터 : 박상호 artworks@hanmail.net
  ■ 기  획 : 봉산문화회관
  ■ 문  의 : www.bongsanart.org, 053-661-3500
           트위터(@bongsanart), 페이스북(bongsanart)

 


 워크숍-시민참여 프로그램
  ■ 제    목 : 나의 비밀의 화원
  ■ 일    정 : 2018. 10. 13(토) 오후 3시
  ■ 장    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 대    상 : 10세 이상 누구나
  ■ 참가문의 : 053-661-3526
  ■ 내    용 :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숨겨두거나 보호하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그려본다. 동,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제한 없이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것들을 오려서 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 나의 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참가자와 함께 나누어본다.
 

 

 전시 소개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8」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유리상자 네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展은 디자인을 전공한 이미주(1982년생)의 설치작업 ‘비밀의 화원’입니다. 이 전시는 버려진 화원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들을 오려서 여러 층으로 겹쳐 세우는 입체회화 혹은 회화설치로의 확장을 통하여, 자신과 세계를 긍정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설계이자 조형 행위입니다. 또한 지금, 여기의 서정적抒情的 상태를 발견하도록 오랜 시간동안 작가 스스로 ‘자신되기’를 탐구하며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고 보이지 않았던 이면裏面을 찾는 미술행위의 흔적이고, 그 흔적이 관객과 만나서 충만감充滿感을 공감共感하는 즐거운 상상想像이기도합니다.

 

이번 전시는 ‘삶이 무엇인지?’, ‘우리시대 예술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세계의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작가 자신의 태도를 조형화하여, ‘보호하는 공간’으로도 보이는 4면 유리의 유리상자 공간에 담으려는 설계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리상자 공간은 한 폭의 펼쳐진 회화처럼 아름다운 색상의 면과 선, 점들이 넘실거립니다. 먼저, 커다란 고양이가 보입니다. 두개의 앞발과 피곤한 듯 충혈된 두 눈, 꼬리 등. 그리고 그 사이로 들에 핀 잡초, 이국의 여인, 망아지, 소녀의 얼굴, 다양한 색상의 나팔꽃, 이름 모를 문양의 묶음, 세포 무늬의 나비와 허물, 나무, 돌, 지렁이, 커다란 손 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상의 부분을 그린 40여개의 평면그림 개체를 공간의 사이사이에 겹쳐 세워놓은 탓에 정면, 측면, 후면 등 관객의 이동 시점에 따라 이들 이미지들의 전체는 다른 형태로 보입니다. 이 전시의 내용 참고는 1909년 출판된 영국 출신 미국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을, 형식면에서는 19세기에 출판된 에드윈A. 애벗의 ‘플랫랜드 Flatland’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은 인도에서 살던 영국인 소녀 메리 레녹스가 부모의 죽음을 계기로 영국 요크셔의 귀족인 고모부 집에서 살게 되면서, 고모부가 버려둔 화원을 아름다운 화원으로 변화시킨 것을 계기로 아들의 병약함, 부인과의 사별 등으로 절망하여 침울했던 집안이 행복을 되찾는다는 줄거리입니다. 또 다른 참고서 ‘플랫랜드’는 수학적 상상력과 신랄한 풍자로 공간과 차원의 신비를 풀어낸 최초의 SF 수학소설로서, 2차원 세계의 한 사각형이 북쪽으로만 인식하던 것을 ‘위로 솟아난다.’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사물의 두께를 통해 3차원을 경험하고 공간과 차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밀스러운 변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신비로 연결되는 이 참조는 작고 연약한 것에 대한 관심과 보호라는 주제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구축되어 살아나는 회화 구현방식의 해석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살아있음’의 충만감에 관한 작가 자신의 경험 서술로 이해됩니다. 작가는 자신을 가리고 있던 현실의 수많은 허위로부터 분리된 몇 년간의 이주移住와 언어 대신 그림으로 소통을 시도했던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안에 있는 ‘자신되기’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작가는 길고양이와 잡초, 들풀 등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하여 주목하고, ‘무엇인가가 되지 않아도 됨’을 받아들이며 동시에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유희적 살아있음의 행위를 다시 깨우칩니다.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 화법과 공간감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되기’의 태도를 그림그리기로 드러내면서, 2차원의 평면 회화에서 3차원의 입체 설치로 자유로운 드로잉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미주는 자신의 작업을 통하여, ‘비밀의 화원’의 상태처럼 ‘꿈’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제시하고, 우리가 대면하는 불완전한 현실 시?공간에서 근원적인 세계의 균형을 제안합니다. 자유로운 상상에 의한 회화의 일부를 오리고 잘라서 바닥에 세우거나 천장에 매다는 과정, 또 면과 면을 연결하여 단위 이미지를 만들고, 이들을 겹쳐서 커다란 전체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위에 색채와 드로잉 행위를 더하는 작가의 미술행위는 비밀스러운 정원에서 자신만의 무엇을 발견하는 창조적인 ‘충만감’에 다름 아닙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는 점, 선, 면에서 입체로 나아가며 새로운 조형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가의 미술행위와 경험, 그 이면에 충만하게 깃든 변화의 세계를 발견하는 태도이며, 인간 삶의 변화 과정에 관한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미적 신념의 기대와 그 공감입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정종구 -

 


 작품 이미지

 

비밀의 화원 / 나무에 페인트 / 가변사이즈/ 2018

 


비밀의 화원 / 나무에 페인트 / 가변사이즈/ 2018

 


비밀의 화원 / 나무에 페인트 / 가변사이즈/ 2018

 


비밀의 화원 / 나무에 페인트 / 가변사이즈/ 2018

 


 작가 노트
그저 그리는 게 좋던 유년시절 이후,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그 언저리를 맴돌며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녔다. 무분별하게 생산-폐기로 반복되는 디자인의 패턴이 궁극적으로 그들(디자이너들) 삶의 존속을 위한 속임수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순수하게 그린다는 것의 유희를 다시금 알게 되는데 25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게 된 계기는 수많은 껍데기로부터 나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바르셀로나로 이주-부터였다.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눈에 보이는 광경들을 아무런 목적 없이 담아보고 싶어졌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일상은 소소하지만 강렬한 힘이 있다. 내 생각, 사상, 감정들은 열심히 연필로 면을 채워나가며, 빼곡히 물감 칠하며 또는 부드러운 표면을 구현해 내는 등의 온전한 ‘작업 과정’ 중에 연소돼 버린다. 반복적 노동 행위 중에 메시지나 이념들은 사라지며 한 덩어리의 시선만 남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각기 다른 감성,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것들의 뿌리를 따라가면, 중심에는 비슷한 기쁨, 슬픔 그리고 깨달음 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 기억과 꿈 그리고 해석들로 채워진 작업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깨우고, 그리하여 일상의 작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작은 이벤트처럼 자기만의 공통분모와 연결될 수 있는 그런 한 켠이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 작가 / 이미주 -

 


 작품 평문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풍경

 

 작가 이미주에게는 ‘그리는 것’ 그 자체가 좋았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도된 무엇을 그리는 것’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십대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당시 이미주에게 비친 세계는 무분별한 생산과 폐기라는 반복된 행위_그것이 삶을 존속시켜 주는 동시에 스스로를 속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스스로 작동하였으나 허구에 봉착하고 마는 동시대적 흐름 속에 편승하지 못하고 혹은 하지 않음으로써 작가로서의 저항이 시작되었던 것일까? 이 후 먼 땅으로의 이주(바르셀로나로 이주 2008년)는 당시의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작가는 물리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유년시절을 다른 공간으로의 진입을 통해 심리적으로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리는 것’, 눈에 보이는 광경을 아무런 목적 없이 담아보는 것은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됨을 스스로 자각해나가는 과정으로 행위 자체에 온 몸이 녹아드는 몰입의 시간을 경험하며 다시 ‘그리는 것’ 그 자체를 만끽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나의 그림 속에서 사물들은 실재의 공간의 깊이감과 관계없이 원근을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로 배경과 함께 뒤섞여 있다. 이 화면에서 오브제들은 퍼즐처럼 재배치되고 충돌하고 다시 어울린다. 이러한 환영 속에서 조형적 법칙을 발견하고 동시에 그 법칙을 깨부수는 유희적 접근을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이는 낯익은 것들이 가득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풍경이 되어 생경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작업노트 中
 
 작가 이미주는 미술에 있어 회화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현재의 회화는 고전회화의 재현이라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시대의 변화에 맞서며 진실과 실체를 찾아가는 입장을 취하는 모더니즘미술의 연장선에 있으며, 어떤 양식보다는 대상을 보는 방식과 주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들을 회화적 표현으로 제안하고 있다. 작가 이미주의 회화 역시 이러한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평면 캔버스로부터 ‘피어오르는 그림’, ‘솟아오르는 그림’, ‘돋아나는 그림’으로 이름 할 수 있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이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먼저 작가 이미주의 평면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솟아오르는 그림’에 대해 이해하고「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 이미주展을 관람하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주 작가는 자신의 일상, 꿈, 무의식에서 본 것을 관찰하고 수집하여 캔버스라는 평면에 옮긴다. 구체적으로 나열하자면 나비, 풀, 고양이, 주전자, 항아리, 화분,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테이블, 강아지, 딸기, 책...등이다. 원근법이나 명암, 외곽선은 작가에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며 화면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재현적관점이 아니라 작가만의 독특한 배치방식으로 새로운 화면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 화면에서 시점이 각기 다른 사물들의 집합이며, 이상한 만남(관계)들이며, 이미지의 중첩이고, 크기의 변형과 두 개 이상의 사물들이 결합된 잡종화로 보여 진다. 예를 들면 뒤집어질듯 한 테이블, 그 위로 올라간 자동차, 바구니에 담긴 얼굴, 쏟아져 버릴 것 같은 커피 잔, 고양이의 얼룩무늬와 화면을 장식하는 패턴들의 불확실한 경계, 방바닥에 세워진 것처럼 보이는 침대, 방 안으로 생기는 새로운 공간을 여는 문 같은 것인데, 이러한 표현은 평면위에 놓인 여러 가지 사물을 캔버스 안(뒤)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며 마치 그림이 움직이거나 감상자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작가 이미주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평면이라는 2차원에서 새로운 차원을 표현하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다른 차원으로 가기 위한 작가만의 회화적 표현들은 마치 수평선 끝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배의 돛처럼, 또는 지평선 끝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어느 집의 지붕처럼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주 작가의 이러한 회화적 흐름은 에드윈 A. 애보트의 소설 <플랫랜드>의 이야기에서 차원을 다루는 방법과 유사하다. 주인공 정사각형이 선분으로만 인식되는 1차원인 라인랜드와 점으로만 인식되는 0차원인 포인랜드를 방문하여 더 높은 2차원의 플랫랜드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3차원인 스페이스랜드의 구가 플랫랜드를 방문하여 더 높은 차원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하다.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 이미주展에서 평면 위의 사물들이 평평한 2차원의 세계로부터 마침내 두께나 높이를 인식하고 불확실했던 경계에서 제 각각 단위(unit)를 가지며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마치 작가가 지난시절 먼 땅으로 이주했던 것처럼, 평면에서 꿈틀거리던 사물들은 미미한 두께와 높이를 가지고 화면을 나오게 된 것이다. 화면을 나온 개별 단위를 가진 회화들은 3차원 공간에 설치되며 평면에서 보여 지던 착시는 실제가 되고 그 사이로 감상자를 불러들인다. 유리 상자 속에 재배치된 수 십 점의 개별 단위의 회화는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며, 공간과 공간 사이의 물리적인 틈 사이로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부여하여 또 다른 차원을 상상하게 한다.

 
  투명한 유리상자라는 공간은 안과 밖을 나누는 동시에 사면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고양이, 잡초, 들풀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가운데 일방적 시선에 의해 존재의 위협을 느끼는 작은 사물들을 표현의 주제로 삼았다. 작가의 작업노트 中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 이미주展에서 작가는 고양이, 잡초, 들풀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의 시선에 좀처럼 잘 머물지 않았던 것들에 집중한다. 이러한 소재의 선택은 유리 상자를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만의 방식에서 그 이유가 엿보인다. 작가 이미주는 사면이 유리로 되어 내부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육면체의 공간을 평면에서 의도했던 정면과 더불어 의도하지 않았던 뒷면, 소홀했던 옆면, 눈치 채지 못한 모서리 같은 것들을 모두 펼쳐 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한다. 이런 측면에서 평소 우리의 시선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들풀과 잡초, 길고양이와 같은 생명들을 유리 상자 프로젝트에서 표현의 소재로 삼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재들이 수 십 점의 개별 회화의 정면 이미지라면 두께와 높이, 그리고 뒷면에는 이진법 숫자나 자연속의 어떤 규칙과  같은 추상적 패턴들로 채워진다. 제 각 각의 단위(unit)를 가진 수많은 개별 회화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유리 상자 속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이제 우리가 알게 된 여러 가지 단서들을 상기하며 유리 상자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걸어 보자. 설치된 개별 회화들이 만드는 공간 사이로 머무는 시선과, 두께와 높이에 머무는 시선이 중첩되며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발견하고 낯선 풍경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면에서 바라보이는 고양이의 얼굴과 눈, 발바닥과 꼬리가 어느새 해체되어 우리의 시선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테이블 위에 동전 하나를 올려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란 원으로 보이지만, 가장자리로 물러나 천천히 눈높이를 낮추면 그 동전이 더 이상 동그랗게 보이지 않고 직선으로 보이는 것을 경험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이미주 작가의 작품은 감상자의 이동방식에 따라 존재하는 풍경이 달라지며 어떤 방식으로 산책할 것인가 라는 물음을 함께 던지게 된다.
 그 물음은 소설<플랫랜드>에서도 각 세계의 도형들이 다른 차원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이미주 작가의 작품 역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그리 설명적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작가와 관객, 타인과 타인들 간의 신비로운 만남들, 그 사이에서 감지되는 미지의 조화, 알 수 없는 우주의 섭리가 작용하며 의도하지 않았던 소외된 우연들을 마주하게 되고 작가가 찾고 있는 진실을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던 아주 작은 수풀도, 가장 초라한 담벼락도, 굶주린 길고양이도 기이한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 이미주展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배치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풍경으로부터 적당한 산책경로를 찾고, 어느 지점에서는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만의 특별한 차원으로 들어가는 공간과 시간을 발견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이미영 -

 

 작가 프로필
이미주  李美周  Lee, miju
2011 P.D Creative Illustration, EINA University School of Design and Art of Barcelona, Barcelona
2006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개인전
2018 GLASS BOX ARTSTAR Ver.4 이미주, 봉산문화회관, 대구
      이미주_그룹전, 갤러리 밈, 서울
2017 아트플라주-여름일기, 잠실롯데갤러리, 서울
2015 Glimpse, 미부아트센터, 부산
2014 Fulanitu i Menganita, 이목화랑, 서울
2012 Realidad Mijúscula, Mutt Gallery, 바르셀로나

단체전
2018 텅빈공간과 공작새꼬리, 미부아트센터, 부산
      괌-아츠웨이브,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서울
      모아서 조립하기_기억극장,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7 Episode-ing, 모하창작스튜디오, 울산
      제작의 미래,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스쾃성수, 에스팩토리, 서울
      부산에가면, 롯데갤러리 광복점, 부산
      봄, 쉼표하나, 여가의 시작 아람미술관, 고양,
2016 RELOAD-다시 장전하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김해
      즉흥과 숙성, 클레이아크-홍티아트센터 교류전, 홍티아트센터, 부산
2015 No penso callar, 카탈루냐 국제 앰네스티, Tapies Museum, 바르셀로나
      Delicatessen 14, Ester Montriol gallery, 바르셀로나
2014 Som Animals, Altarriba 재단, Museum Frederic Marès, 바르셀로나
      uP TAF(아테네아트파운데이션), 아테네, 그리스
2013 Boooooomerang, 아테네 아트파운데이션(TAF), 아테네, 그리스

 

레지던시
2018 예술지구p 5기 입주작가
2017 모하창작스투디오 8기 입주작가
2016 클레이아크 세라믹 창작센터 단기 입주작가

 

출판물
2012 Mi vida sin ti, Belleza Infinita(Bilbao)
     Origen del Universo, Éditions du livre, Strasbourg(France)


www.mijulee.net
meandz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