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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2015 이철수 판화전 -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 전시기간2015년 11월 10일(화) ~ 2015년 11월 15일(일)
- 관람시간10:00~19:00 (일요일 10:00~16:00)
- 장 소1전시실
- 장 르기타
전시정보
이철수 신작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의 주제는 一切唯心造를 바탕으로 하여 ‘마음’의 변화와 작용 등을 판화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이 시대의 우리들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스릴 것인가’ 에 대한 방향제시를 하고자 하였으며, 더 나아가 작가의 심오한 내면세계를 100여점의 판화 작품에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과 작가의 취지를 영상으로 구성하여 전시장에서 상시 방영함으로써 작가와 감상자간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전시는 2015년 10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익산, 부산을 거쳐 2016년 1월 14일 대전 예술가의 집 1·2·7·8전시실에서 막을 내린다.
○ 전시회 소개
▶ 작가 이철수의 신작판화전은 원불교의 경전인 <대종경>을 화폭 위에 새롭게 형상화한 전시회다.
문학평론가 백낙청은 <대종경>을 “한국인의 마음으로, 한국어로 쓰여진 최초의 경전”이라고 했다. 소태산 대종사가 어려운 문장과 화려한 수사를 버리고 쉽게 이해되도록 편찬하도록 누누이 당부한 원불교의 한국어 경전이 바로 <대종경>이다. 이철수는 <대종경>의 말씀들을 대중들이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판화로 형상화했다. 간결한 선과 작은 움직임에 <대종경>의 핵심을 표현했다.
이철수의 이번 신작판화전은 <대종경>과 원불교를 대중화하고 사회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 작가 이철수의 이번 신작판화전은 원불교 100년의 말씀을 새긴 전시회다.
원불교 100년의 말씀은 <대종경>에 온전히 담겨 있다. 선가(禪家)에서는 깨달음의 순간을 ‘한 소식을 했다’고 표현한다. 이철수는 <대종경>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 이철수는 <대종경>의 숱한 이야기 속에서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을 만났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무릇 모든 경전은 이야기책이다. <반야심경>은 부처와 사리자의 이야기며, <금강경>은 부처와 수보리와의 이야기며, <능엄경>은 부처와 아난타와의 이야기다. 심지어 그리스도교의 성경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소식은 이야기에서 온다. 이철수의 이번 작품들은 <대종경>과 이철수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철수는 <대종경>과 이야기를 하다가 한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봄꽃 소식’이다. “봄마다 꽃이 핀다.” 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귀한 소식이든가. 하지만 이토록 귀한 소식을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반쯤 죽어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종경 판화>는 반쯤 죽어 있는 나무에게 “내년 봄에도 꽃이 핀다.”고 소식을 알려주는, 그리하여 끝끝내 살아 꽃을 피우라는 이철수의 귀뜸이다. 아무리 좋은 바람이라도 살아 있어야 느낄 수 있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살아 있는 나무라야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봄꽃 소식”이다.
원불교 100년의 역사는 ‘봄꽃 소식’의 역사이다. 그 어떤 상처에도 끝끝내 겨울을 견뎌내고 살아 있어야만 봄에 꽃을 피우게 된다는 ‘한 소식’의 역사를 이철수는 목판에 새겼다.
이철수는 원불교 100년 성업의 여러 일 중에서 가장 귀한 일을 해냈다. 그의 ‘대종경 판화’는 세대와 세대를 걸쳐 전해지고 전해질 것이다.
▶ 작가 이철수의 신작판화전에는 20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판화전에 출품되는 작품 203점은 지난 3년 동안 혼신의 힘으로, 온 마음을 다해 새겨낸 오롯한 신작이다. 예전 전시회에는 신작과 구작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전시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직 신작만이 흰 벽에 걸릴 뿐이다. 이는 거대한 사건이다. 203점의 목판 경전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인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모두 <대종경>의 말씀을 새긴, 203점의 개벽 판화이다. 이철수는 203점의 판화에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과 말을 각기 다르게 그려냈다. 그 다양한 정신개벽의 풍경 그 자체로도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 작가 이철수, 이번 작업에 대해 스스로 말을 하다.
세상은 미혹하는 물건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물질과 정신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새로운 발명품들도 많지요. 생명의 근본도 흔들어놓는 세상입니다. 질적 변화를 실감하는 시대를 사는 게 분명한데, 어지럽습니다. 어리둥절한 채 변화의 회오리 가운데 서 있습니다. 변화가 우리 손에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래저래 소외되는 걸 겁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씀을 아시는지요? 우리는 지금 ‘물질의 개벽’을 보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분명히! 우리는 이미 개벽을 살고 있습니다. 현실의 혼돈과 위기가 물질의 ‘큰 변화’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정신의 ‘큰 변화’가 당연하고 급하다는 말입니다. (…) 전대미문, 전인미답의 물질개벽 속에서 정신의 무한도전이 될 ‘마음개벽’을 시대의 화두로 삼을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연작판화를 새겼습니다. 지혜가 어리석은 사람의 뒤를 밀어주신 덕분입니다. 이제 내어놓습니다. 대종경의 지혜는 크고 깊고, 제가 길어올린 것은 작고 얕습니다. 지혜의 큰 바다는 따로 만나셔야 합니다. _이철수, 「일원의 배를 타고 지혜의 바다로」
▶ 작가 이철수의 판화작업에 대한 귀한 말들
시골 농사꾼으로 살면서 그려내는 독창적인 판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철수 화백이 이 땅의 자생종교 원불교의 100년을 맞아 ‘대종경 판화연작’을 만들었다. 본인으로서도 크게 복을 짓는 일이려니와, 우리 시대의 대중들이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에 한결 가까워지고 교단 또한 유·불·선과 그리스도교 및 현대의 과학문명까지 아우를 새 종교로서 그 사명을 더욱 충실히 이행해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_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누군가 책 읽기를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여행은 배움이 있는 여행이었다. 여행의 여운을 갈무리할 겸 전체 여정에서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한번 생각해봤다. 나의 선택은 <좌선>.(39쪽) 언젠가 봤던 선생의 다른 판화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와 같은 쾌감이 있다. 모두들 좌선 좌선 하는데 바위만한 좌선 어디 있겠는가? 비바람에, 세월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 무릇 좌선하는 자세는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그 담백한 시선이 좋았다. (…) 다시 이십여 년 전의 그 단어가 떠올랐다. 족탈불급. 고마운 일이다. 맑게 사는 선생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 수시로 자극이 되어주는 인생 선배가 곁에 있다는 사실. _박웅현,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다면 행하라」
○ 작가 소개
이철수 (1954~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화가인 이철수는 1981년 첫 개인전을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폭압적인 사회에 보내는 저항의 언어들로,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선묘 판화와 처음 본격화하던 출판 미술운동 등, 1980년대 내내 판화를 통한 현실 변혁운동에 열심이던 그는 1988년 무렵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영역을 확대해가기 시작한다. 80년대 변혁 운동과 판화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의 결과이기도 한 미술적 변모는 얼핏 보기에도 크고 본질적이다. 평범한 삶과 일상사를 관조하면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찾아내거나, 다채로운 자연을 소재로 삼아서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인간의 면목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판화세계는 따뜻하고 정겹고 진지하고 때로 초월적이기도 하면서 쓸쓸하다. 조용하고 차분한 언어가 때로 세상과 일상사를 말하면서 단호해 지기도 하지만 막연히 현실사회를 향해 있던 분노는 이제 우리들의 욕심 사납고 그로 인해 황폐해진 내면을 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연민의 눈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자 하고, 평범한 일상이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 말하는 그의 판화는 이제, 낮은 목소리로 존재의 경이를 이야기하고 삶의 긍정을 말한다.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그의 판화는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판을 들으면서 갈수록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와 글씨와 그림이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전통적 회화를 현대적 판화로 되살렸다는 평가도 받는 그의 새로운 판화들은, 삶이 곧 그림이라서 따뜻하고 깊고 건강한 삶을 통해서만 아름다움의 내용을 채워 갈 수 있으리라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가 농촌에 정착해서 흙을 일구고 사는 것도 건강한 삶에 대한 그의 생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 삶과 그 아름다움이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그는, 제천외곽의 농촌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고,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