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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최성규개인전 - 자인 2012 ~ 2015
- 전시기간2015년 09월 08일(화) ~ 2015년 09월 13일(일)
- 관람시간10:00~19:00 (일요일 10:00~16:00)
- 장 소3전시실
- 장 르서양화
전시정보
자인 2012 - 2015는 ‘어느 장소’에 대한 감각의 표현이다.
자인에 사는 것은 매일 눈을 뜨는 일이다. 어슴프런 아침의 빛을 보며 이곳임을 확인한다.
경상북도 경산시의 면 소재지 중 한곳인 자인면. 나는 이곳에서 8년을 살았다. 이곳은 공장과 재래시장과 농업지역이 섞여있다. 집들은 초라하고 아무런 미적 고려없이 세워져 있다. 시외 버스정류장은 더럽고 경산과 하양, 진량, 대구, 청도로 오가는 차들로 북적거린다. 작업실이 자리한 곳은 면 소재지와 넓은 농사지역의 경계지점에 있다. 창 밖으로 대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면 검은 비닐이 이 나무, 저 나무의 가지로 옮겨 다닌다. 나는 간혹 그 가지 사이에 우주선을 걸쳐 놓는다. 정오가 지나면 점심 식사를 마친 자인 공단의 노동자들이 운동을 하며 작업실 옆을 걷는다. 버려진 개들이 무리를 지어서 후미진 곳에 살며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아서 자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간혹 다리를 저는 놈이나 피부병이 걸린 놈들도 있다. 버려진 개들은 강아지를 놓고 그 강아지들은 유기견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사는 개들이 된다. 겨울, 작업실에 있는 개 두 마리와 산으로 산책을 간다. 먹을 것이 없어서 마을로 내려온 고라니를 들판에서 발견한다. 개들은 미친듯이 고라니를 쫓는다. 산으로 간다. 피부병이 걸려서 빈사 상태인 너구리를 만난다. 개들이 미친듯이 너구리를 쫓고 싸운다. 개들이 피부병이 걸린다. 가을, 길가에 있는 절의 대나무 숲 아래에서 죽어 있는 작은 참새의 시체를 본다. 작은 참새의 시체는 털 때문인지 아직 따뜻하다. 오랜만에 작업실의 문을 열면 어디론가 날라 들어 온 새들이 갇혀서 죽어 있다. 여름, 여름이면 자인의 풀들이 자라서, 나무들이 자라서 이 곳, 저 곳이 부풀어 오른다. 그럴 때 즈음이면 이곳엔 비가 많이 내리고 거리에는 많은 물줄기가 생겨난다. 공장 옆의 큰 저수지에 노란 주브를 띄운다. 그러므로 자인 2012 - 2015는 ‘어느 장소’에 대한 감각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