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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Anywhere - 정 용 국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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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봉산문화회관 | 작성일 | 2012-05-22 00:00:00 | 조회수 | 7195 |
| 첨부파일 |
봉산_정용국전보도자료(2012052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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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간 : 2012년 5월 25일(금) ~ 2012년 6월 24일(일) 31일간(월 휴관)
제 목 : 수묵화 표현기법의 이해
다르게 생각하라, 또 다른 기억을 위하여 Think different, for different memories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94개 그림자의 기억」 어두운 밤에 숲 가장자리의 그림자를 살펴본 적이 있다. 가로등 아래에 있는 나뭇잎들의 그림자가 짙은 회색으로 바닥에 드리워지고, 조금 떨어진 곳의 가로등 빛을 받은 그림자가 그 위에 겹쳐지면서 짙고 옅은 변화를 짓는다. 그 위에 또 다른 그림자가 겹쳐 상관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형상을 만들어 상상의 재미를 맛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작가 정용국의 회화를 마주하면서도 비슷한 연상을 찾을 수 있다. 정용국의 이번 작업은 ‘Organic Garden’에서 출발한다. 수목원의 정원수를 수묵으로 그리면서 인체의 장기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상상이 모티브로 이어져 기이한 정원의 풍경처럼 펼쳐놓았던 작업이다. 물론 그 이전 작업, ‘야생(野生)’, ‘빈들에 서다’, ‘The Gray Forest’, 산수화(山水花)에서 자연식물의 생명 원천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하는 다른 작업들이 있지만, 식물의 형태가 상상에 의해 중첩되고 서로 연결되면서 변형과 증식을 통해 내연이 확장되는 형식의 작업은 유기체적 정원 풍경에서 적극적으로 제시되었고, 현재의 작업에 직접 연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작 ‘Anywhere’는 Organic Garden의 기이한 상상식물을 개별적 개체로 떼어 1개의 단위체로 설정하였다. 각 단위 개체는 34.5×27×1.8cm 크기의 화판에 새겨있으며, 이는 희귀약초의 표본이나 식물도감처럼도 보인다. 흰색 한지 바탕 위에 수묵으로 그린 이 이미지는 각각의 기억 재생적 상상과 그것의 수묵화적 표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그 이미지는 수묵의 짙은 회색과 실루엣 형태를 강조한 외형 때문에 이름모를 식물의 ‘그림자’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림자’에 담겨진 기억의 중첩을 상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명이 움트는 들판의 야생을 기억하고, 어두워진 빈들에 서서 하늘과 맞닿은 들의 자연 실루엣을 기억하고, 물을 잔뜩 머금은 담묵(淡墨)의 매력을 닮은 회색 숲의 기(氣)와 동세(動勢)를 기억하고, 수십 개의 산과 계곡을 이은 산수를 한 송이의 꽃으로 상상하는 유기적 기억들의 중첩이 ‘Anywhere’에 스며있다. “Anywhere-어디, 어디에나, 어디든, 아무데나, 어디엔가”는 네트워크의 깊이와 넓이를 통한 존재감을 직관하는 작가의 최근 화두이고, 이를 위해 94개 그림자의 기억을 수묵의 한획 한획이 한지와 만나는 지점에 ‘생명’, ‘나무’, ‘정원’, ‘숲’, ‘세계’의 이름으로 중첩시키고 각자의 에너지가 적극적으로 상호 교류하는 이미지로 읽어낸다. 물론 이 개체는 Organic Garden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체의 변형된 장기로도 중첩되어 세포와 장기 사이의 독립 또는 연결의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작가가 제시한 이미지 형태들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에서 자라고 움직이는 리좀Rhizome형 관계 맺기 방식으로 존재한다. 수묵의 겹쳐짐과 기억의 중첩, 식물과 동물 장기가 겹쳐진 94개 그림자 기억의 관계 맺기, 작가는 그 에너지의 중첩된 시너지와 인식 너머의 ‘심연’을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선형 유기체」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동일 크기의 그림자 이미지 패널 92개가 90cm 높이의 가로 한 줄 선형으로, 마치 자연사 박물관의 표본 진열을 보는 것 같은 풍경으로 설치되어있다. 인류가 발견하고 탐구한 자료를 축적하고 기념하는 행위의 일면처럼, 또한 부분과 개체의 연결로 전체 유기체가 생명을 지닌다는 상징 혹은 유기체의 생태적 상징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제시하는 설계이기도하다. ‘Anywhere’는 작가가 수묵작업을 수행하는 태도처럼 자기 스스로 순환하고, 자기 논리성을 가진 일종의 자동적 상태의 표현이다. 자동 기술적이라 할 만큼 무의식적으로 그려진 생명의 그림자에서 지향은 무엇일까? 균형? 혹시,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채로 주변의 유기체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생존 ‘균형’을 찾아가는 신비함의 은유는 아닐는지?
작가의 공작은 화면에 수묵의 획으로 기억을 겹쳐 식물의 줄기나 잎, 뿌리 형상을 드러내거나, 혹은 인체의 장기, 허파, 간, 췌장, 십이지장, 위장, 신경과 혈관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연결로, 세계의 모든 단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용하고 있음을 전하고, 이들 개체들의 에너지와 ‘균형’ 지향을 탐구하였다. 생명과 삶을 둘러싼 신성한 순환을 끊임없이 가시화하려는 작가는 인류의 오랜 기억들을 그림자로 재생하면서 우리가 잃고 있을지도 모르는 ‘균형’에 대하여 언급하려는듯하다. 이 전시는 작가가 공작해 낸 자신만의 다른 기억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미래 기억이 새롭게 펼쳐지는 장이기도하다. 다시 말해, 수묵의 예민함으로 기억을 재생하는 작가의 다른 생각이 새로운 균형감을 찾으려는 우리 모두의 전망에 관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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